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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걸려 얻은 자연 면역, 백신 접종보다 강했다

동아사이언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기사입력 : 2021.08.30 14: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감염자가 자연적으로 얻은 면역력이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력에 비해 훨씬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면역력을 얻은 사람들은 코로나19에 재감염돼도 증상이 비교적 경미해 입원율도 낮아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의대와 의료서비스 업체인 맥카비헬스케어서비스 공동 연구팀이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6월 1일~8월 14일까지 77만8658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구를 추적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 결과는 25일 의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고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 완료한 67만3676명(비감염 접종자)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미접종자(미접종 완치자) 6만2883명, 그리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 후 화이자 백신을 맞은 4만2099명(완치 후 접종자) 등이다. 이들이 코로나19에 재감염 또는 돌파감염될 확률과 감염 시 증상 등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과거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비감염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미접종 완치자에 비해 약 13.06배나 컸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보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하면서 얻은 자연면역력이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기 전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얻은 자연면역은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 3월~지난 2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은 미접종 완치자와 비감염 접종자도 비교했다. 그 결과 비감염 접종자가 감염될 위험이 5.96배나 컸다.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자연면역력이 더 강한 셈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했던 3만2000명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비감염 접종자가 돌파감염시 증상이 나타날 위험은 미접종 완치자가 재감염시보다 7.13배 컸고, 입원 기간은 6.7배 길었다. 혹시 재감염되더라도 자연면역력이 있으면 증상이 완화하고 완치까지 시간도 훨씬 짧아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자연면역 효과가 일부 기저질환자와 고령층을 제외하고는 최소 7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봤다. 아직 구체적인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면역 효과는 5~7개월 지속된다고 보고있다. 이스라엘이나 미국, 터키, 러시아 등 일찌감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부 국가들은 면역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시작했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도 내달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재감염 위험도 약 47% 줄어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 중에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되더라도 미접종 완치자가 재감염됐을 경우와 달리 입원하는 사례가 없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은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위험도 줄 뿐 아니라 증상이 더욱 완화된다는 얘기다. 자연적으로 얻은 면역력이 백신 접종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수십만 명의 의료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대규모 연구"라며 "백신 접종이 유도한 면역력과 자연면역력을 실제 관찰해 비교한 연구로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백신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자연면역력을 얻기 위해 방역조치를 지키지 않은 집단 모임, 이른바 '감염 파티'에 대해 우려했다.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는 돌파감염자에 비해 위중증화 또는 사망할 위험이 높고 완치되기까지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매리언 페퍼 미국 워싱턴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는 "이 연구는 미접종자가 감염 후 자연면역을 얻기 까지 어떤 증상과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셀 뿐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일 것으로 의심하는 만큼 이전 감염 여부와 관계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숨지는 치명률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자연면역을 만드는 게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바이러스를 100% 차단하지는 못해도 예방률이 꽤 높으며, 돌파감염되더라도 위중증화와 사망 위험을 대폭 줄인다고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접종 완료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화이자 백신이 약 95%, 모더나 백신이 약 94.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2% 정도 된다. 위중증화 예방률도 각각 78%, 96%, 88%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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